성과 사랑]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역습…인터넷 제3세계의 사랑
- 기자명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 /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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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2.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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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플러스] 우리가 알아야 할 성과 사랑의 기본지식으로부터 청소년 성교육에 임하는 어른의 자세와 마음가짐, 가치관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 ‘세계 속의 성과 사랑’, ‘역사와 종교, 시대적 성과 사랑의 특징’ 등 주제별 이야기를 통해 성과 사랑의 본질을 파악하고 ‘함께 그러나 다르게’ 누려야 할 성과 사랑의 존재 의의를 새겨보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
‘글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글을 만든다(文生於情 情生於文).’
주역의 이 문장은 지식과 경험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다. 공자의 설명은 인터넷 세계를 이해하는 말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의 세계는 가상공간(생각)과 현실세계(지식)가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메타버스(metaverse)의 통로를 글의 텍스트에 비유한다면 그 통로에서 빚어지는 행위는 경험의 컨텍스트(context)이다. 흔히 청소년들이 빠지는 인터넷 게임에서도 경험의 보상은 승리감과 성취감, 사회적 보상을 전제로 하며, 기성세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임은 아시안 게임 정식종목으로 선택되어 운영 중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 사람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메타버스는 나사(NASA)의 우주기술을 비롯하여 첨단과학에서 비롯되었지만 의외로 대중에게 소개된 계기는 영화나 범죄 뉴스 때문이었다.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미국 영화 ‘Her’(2014년)는 주인공 남자가 인공지능 컴퓨터 ‘사만다’와 온라인 연애를 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동시에 수만명과 동시접속하여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을 알면서 배신감과 절망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데이트 앱을 비롯하여 미국과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만남의 겉과 속을 드러낸 이 영화는 인간의 외로움이 가상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외롭다는 것을 나타낸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이 세상이 게임인 걸 알지만 이곳과 이 사람들이 내 전부예요.”, “좋은 하루가 되지 말고 최고의 하루가 되세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영화 ‘프리 가이’(2021년)에 나오는 대사다.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는 메시지를 지닌 이 영화는 평범하면서도 버라이어티한 프리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가 우연히 가상세계의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그녀가 일러 준 ‘곧 파괴될 프리시티’를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매우 통속적인 할리우드 멜로영화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메타버스에서 진부한 생활을 보내던 가이에게 ‘연애세포’가 살아나면서 히어로가 된다는 이야기, 인터넷 세계의 사랑과 윤리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덜 자극적이어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지 못했다.
한편 한국에서 인터넷 윤리가 절정을 이룬 계기는 안타깝게도 조00의 인터넷 범죄 ‘n번방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을 대응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n번방 사건에 연루된 남성 루저(loser)가 26만 명이라니, 그게 사실이라면 대다수 대한민국 남성들은 애시당초 히어로가 되기는 틀려먹었다. 앞으로도 그럴 희망은 없을 것 같다. 26만 명은 우리나라 남성인구의 1%이고, 그 중에서 2,30대가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고생까지 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영웅은 따로 있었다. 나쁜 남자들을 혼내 준 여인이 있다. 추적단 불꽃으로 활약하며 n번방 사건을 추적한 이십대 여성 박00이 이후 히어로가 되어 더불어민주당의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등극하는 장면이다. 미국영화 프리가이의 주인공과 약간 닮은 꼴이다.
다만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박00은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하기보다는 날이면 날마다 당과 당대표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내부 칼질에 여념이 없다는 일부의 평가에 직면하고 있으니 요령부득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러한 영웅심리를 심리학 용어로 ‘개인적 우화’라고 한다. 이 현상은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보다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기 때문에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칼질을 하는 습관에 젖는다. 박00을 꼭집어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말하는 거다.
문득 “인터넷은 사랑의 컨텍스트를 완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다. 특히 인터넷의 주인공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진=픽사베이)
MZ세대의 인터넷 사랑
BC1700년 수메르 문자에서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고 쓰여진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애들은 언제든 싸가지가 없다는 뜻이리라.
당대에 미치광이로 놀림 받은 소크라테스를 뒤 쫓아다니며 영웅시한 집단은 아테네의 청소년들이었고, 놀랍게도 갈릴레이 호숫가의 예수를 추종한 무리들은 이십대 안팍의 젊은이들이었다.
한국에서 이승만 독재를 종식시킨 4.19혁명은 십대의 고교생들이 앞장섰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한국의 87혁명은 대학생들이 주도했다. 서구의 주체적 인간해방을 지핀 68혁명과 아랍의 봄을 불러 온 오렌지 혁명 역시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었다.
지식과 상상력, 혁명의 판타지는 아이들의 보물이었다. 한편 천지개벽의 기술혁명이라 불리는 인터넷 문명도 청소년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청소년은 싸가지가 없고 또 위대하기도 했다. 싸가지 없는 것과 위대한 것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서 신지식과 레볼루션(revolution)이 탄생했다.
MZ세대는 밀레니얼(M, 1980~1994생) 세대와 Z세대(1995~2000생)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 MZ세대는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2019년 기준). 사전적 풀이로 MZ세대는 인터넷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디지털과 트렌드에 익숙하고 SNS 활용에 능숙하며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외 여행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중년세대는 현재 빈곤 노인층으로 전락하여 생존에 급급한 반면 해외여행은 물론 제주도 여행까지 싹쓸이 하는 계층은 MZ세대이다.
세상은 변했고 중년은 빈곤해졌다. 1999년 사이월드가 탄생하고 이후 네이버 카페,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이제 오프라인 여행의 시대는 끝났다”고 언론은 떠들었지만 여행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한 온라인 덕분에 여행문화가 달라졌다.
뉴트로(newtro)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풍’(retro)의 혼성어로 2019년 트렌드 키워드에 선정되었을 만큼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큰 관심을 끈 현상이었다.
뉴트로 현상으로 인해 재미있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가이드가 쳐든 깃발을 따라 패키지 여행을 즐기던 3,40대는 이제 5,60대가 되어 삼삼오오 혹은 홀로 오지탐험과 한달살기에 빠져들었고, 청소년들은 방학이면 배낭을 메고 ‘걸어서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혼자서 항공권을 구입하고 외국에 드나들 수 있는
온라인 예약문화는 메타버스처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수시로 오가는 ‘디지털-아날로그’ 혼합 문화를 발전시켰다. 디지털 문명이 아날로그의 역습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 중심에 청소년이 있다.
요즘 애들은 누구인가? 주변의 친한 중년들을 비롯해서 난다긴다하는 청소년 전문가들에게 물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음을 알았다.
요즘 애들은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라서 일찍이 부모의 재산을 축내고, 오직 소비에 열을 올리며 저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는 세대이고, 공부 잘하는 영재들은 꿈과 일의 의미보다 돈을 좋아해서 무조건 의대로 몰려가며, 뭐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히치코모리가 되어 은둔하면서 컴퓨터 게임이 몰두한다는 것이다.
또한 애들은 멀티태스킹의 전문가로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PC 등에 매달려서 1시간 동안 약 27번을 사용하고, 하루종일 다양한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소셜미디어와 게임, 블로그, 인스타그람, 이메일을 이용하며, 일과 중 평균 95%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또한 그들은 오픈런을 반복하며 부지런히 맛집을 찾고 여행을 다닌다.
이와 같은 ‘따라하기’의 문화현상은 유독 한국에서 만연하고 있다. 남들이 좋아요를 누른 장소에 기를 쓰고 찾아가는 행위는 한국인의 빈곤한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아이들은 디지털 문화의 인스타에 댓글과 평가를 올리기 위해 역으로 아날로그의 공간으로 몰려간다. 하긴 애들만 그런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잘난 중노년 동창들과 함께 다니다 보면 영락없이 ‘검색문화’의 덫에 걸린다. 영화관이나 카페, 음식점은 물론이고 계절 맞춤 셔츠 하나 구입하고자 해도 인터넷 창의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따라가보면 역시나 줄을 서야 한다.
댓글에 ‘좋아요’가 도배질 된 맛집은 기본 1시간을 대기 줄에 서야하고 기타 등등 지긋지긋한 기다림의 시간이 엄습한다. 샤넬 때문에 생겼다는 오픈런이 사람을 아주 잡는다.
죽을 때까지 디지털 문명의 생경함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사나 죽으나 갑자기 인생이 무서워진다. 특히 농경사회에서 자라고 결혼해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며 정착해 온 습성을 지닌 5,60대 중노년에게 디지털 문명의 울럼증은 불치병이나 다름이 없다. 아이들을 잘 만날 수 있는 길은 오직 디지털의 길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답답한 가슴은 달랠 길이 없다.

(사진=픽사베이)
인터넷과 제3세계
1999년에 필자는 한 공중파 TV의 교육프로그램에 약 2년간 고정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 “20년 후 학교는 존재할까?”라는 주제에서 나를 빼고는 모든 출연진이 ‘없어진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로 가상공간에서 배우기 때문에 학교는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문명이 발달할수록 아날로그 방식의 학교운영은 더욱 중시되었다. 돌봄과 교육복지, 보건교육은 학교의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였다.
교사의 ‘히든 커리큐럼’은 국가교육과정만큼이나 새로운 시선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사의 지위와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전문대학원이 모색되고 있다.
아날로그의 근대정치에서 쫓겨난 정약용은 18년 강진유배에서 실학의 정치사상을 완성하였다. 유배길이 디지털 조정으로 바뀌어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놀라운 지식의 세계를 선보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실화를 통해 디지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각화 할 수도 있으며, 청소년의 정보 필터링 능력에 신뢰를 보낼 수도 있다. 성인들보다 청소년이 디지털의 세계에 능숙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해도 걱정은 줄어들 수 있다. 신뢰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힘이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불편한 사랑은 인터넷과 제3세계의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성과 사랑의 영역에서 인터넷은 제2의 성을 말한 작가 보봐리의 틀을 뛰어넘어 제3의 성혁명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이후 독일과 미국에서 온라인 데이트 앱이 성행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무차별적으로 등장하는 섹스 사이트에 노출되었지만 이후 체계적인 정보교육과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 자정능력을 키웠다.
그러나 부정적인 인터넷 문화는 제3세계라고 일컫는 후진국으로 건너가서 섹스 산업의 매개체가 되었고, 그 피해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 등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스템이 없는 후진국일수록 인터넷 산업의 먹잇감이 되었다.
세계화된 사랑과 세계화된 성은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에 종속되었다. 일본 같은 선진국도 사이버 섹스시장이 골목까지 번져갔고, 한국에서의 디지털 성폭력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는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억 명은 부유한 국가에 80억 명은 가난한 나라에 살게될 것이다. 일부의 부유한 나라와 문화선진국은 인터넷 자정 능력을 통해 생활의 안정감을 누리게 되는 반면 다수의 가난한 나라와 문화후진국의 국민은 여전히 인터넷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양성화를 원하고 있다. 예컨대 청소년보호법 제2조에 기반하여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선정성을 차단하고 일정한 시간제한을 도입하는 ‘셧다운제’를 실시 할 수 있다. 인터넷 게임 위험지수가 높은 한국에서 국회는 문화부와 교육부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살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미래에 인터넷의 제3세계 영역에 속할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 인터넷 문명의 발전은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하는 아날로그 문명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랑이 긍정적이고 성인들의 바람직한 성문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더욱 정의로워져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협력과 조화는 언제든 절실한 문제다.
♣ 글 싣는 순서(총 10회- 1주 혹은 2주 간 1회)
▲성교육 그 들판에 피는 꽃 ▲성과 사랑의 탄생 ▲기독교와 이슬람의 성과 사랑 ▲현대의 해방된 사랑 ▲인터넷 제3세계의 사랑 ▲미국의 모순된 사랑 ▲아시아의 관능적 사랑 ▲대중매체 그리고 데이트 폭력 ▲식민주의의 잔재 성매매 ▲성은 왜 사회적 문제인가 <주차의 주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 교육학 박사.
글쓴이 김대유 교육학 박사는 20년 이상 현장 교사로 일하고 현재 서영대학교 외래교수, 한국건강과성연구소 소장, 한국보건교육학회 및 대한교육법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전문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UN아동권리협약 옴부즈 위원 등 많은 중책을 맡아 활동해왔다. 「행복한 삶의 온도」, 「동료효과」 「보건교육의 인문학적 성찰」 등 14권의 저서를 출판했고, KBS 아침마당 ‘청소년 교육’ 등 언론에 다수 출연하는 등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 / 교육학박사 edpl@edpl.co.kr 기자의 다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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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비회원) 2023-02-20 14:29:45 IP삭제디지털로 인해 아날로그의 비례..재밌는 해석입니다!
무척 다양한 관점에서 성과 사랑 칼럼을 쓰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답글 작성
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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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
‘글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글을 만든다(文生於情 情生於文).’
주역의 이 문장은 지식과 경험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다. 공자의 설명은 인터넷 세계를 이해하는 말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의 세계는 가상공간(생각)과 현실세계(지식)가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메타버스(metaverse)의 통로를 글의 텍스트에 비유한다면 그 통로에서 빚어지는 행위는 경험의 컨텍스트(context)이다. 흔히 청소년들이 빠지는 인터넷 게임에서도 경험의 보상은 승리감과 성취감, 사회적 보상을 전제로 하며, 기성세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임은 아시안 게임 정식종목으로 선택되어 운영 중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 사람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메타버스는 나사(NASA)의 우주기술을 비롯하여 첨단과학에서 비롯되었지만 의외로 대중에게 소개된 계기는 영화나 범죄 뉴스 때문이었다.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미국 영화 ‘Her’(2014년)는 주인공 남자가 인공지능 컴퓨터 ‘사만다’와 온라인 연애를 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동시에 수만명과 동시접속하여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을 알면서 배신감과 절망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데이트 앱을 비롯하여 미국과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만남의 겉과 속을 드러낸 이 영화는 인간의 외로움이 가상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외롭다는 것을 나타낸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이 세상이 게임인 걸 알지만 이곳과 이 사람들이 내 전부예요.”, “좋은 하루가 되지 말고 최고의 하루가 되세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영화 ‘프리 가이’(2021년)에 나오는 대사다.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는 메시지를 지닌 이 영화는 평범하면서도 버라이어티한 프리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가 우연히 가상세계의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그녀가 일러 준 ‘곧 파괴될 프리시티’를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매우 통속적인 할리우드 멜로영화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메타버스에서 진부한 생활을 보내던 가이에게 ‘연애세포’가 살아나면서 히어로가 된다는 이야기, 인터넷 세계의 사랑과 윤리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덜 자극적이어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지 못했다.
한편 한국에서 인터넷 윤리가 절정을 이룬 계기는 안타깝게도 조00의 인터넷 범죄 ‘n번방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을 대응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n번방 사건에 연루된 남성 루저(loser)가 26만 명이라니, 그게 사실이라면 대다수 대한민국 남성들은 애시당초 히어로가 되기는 틀려먹었다. 앞으로도 그럴 희망은 없을 것 같다. 26만 명은 우리나라 남성인구의 1%이고, 그 중에서 2,30대가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고생까지 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영웅은 따로 있었다. 나쁜 남자들을 혼내 준 여인이 있다. 추적단 불꽃으로 활약하며 n번방 사건을 추적한 이십대 여성 박00이 이후 히어로가 되어 더불어민주당의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등극하는 장면이다. 미국영화 프리가이의 주인공과 약간 닮은 꼴이다.
다만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박00은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하기보다는 날이면 날마다 당과 당대표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내부 칼질에 여념이 없다는 일부의 평가에 직면하고 있으니 요령부득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러한 영웅심리를 심리학 용어로 ‘개인적 우화’라고 한다. 이 현상은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보다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기 때문에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칼질을 하는 습관에 젖는다. 박00을 꼭집어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말하는 거다.
문득 “인터넷은 사랑의 컨텍스트를 완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다. 특히 인터넷의 주인공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MZ세대의 인터넷 사랑
BC1700년 수메르 문자에서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고 쓰여진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애들은 언제든 싸가지가 없다는 뜻이리라.
당대에 미치광이로 놀림 받은 소크라테스를 뒤 쫓아다니며 영웅시한 집단은 아테네의 청소년들이었고, 놀랍게도 갈릴레이 호숫가의 예수를 추종한 무리들은 이십대 안팍의 젊은이들이었다.
한국에서 이승만 독재를 종식시킨 4.19혁명은 십대의 고교생들이 앞장섰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한국의 87혁명은 대학생들이 주도했다. 서구의 주체적 인간해방을 지핀 68혁명과 아랍의 봄을 불러 온 오렌지 혁명 역시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었다.
지식과 상상력, 혁명의 판타지는 아이들의 보물이었다. 한편 천지개벽의 기술혁명이라 불리는 인터넷 문명도 청소년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청소년은 싸가지가 없고 또 위대하기도 했다. 싸가지 없는 것과 위대한 것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서 신지식과 레볼루션(revolution)이 탄생했다.
MZ세대는 밀레니얼(M, 1980~1994생) 세대와 Z세대(1995~2000생)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 MZ세대는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2019년 기준). 사전적 풀이로 MZ세대는 인터넷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디지털과 트렌드에 익숙하고 SNS 활용에 능숙하며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외 여행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중년세대는 현재 빈곤 노인층으로 전락하여 생존에 급급한 반면 해외여행은 물론 제주도 여행까지 싹쓸이 하는 계층은 MZ세대이다.
세상은 변했고 중년은 빈곤해졌다. 1999년 사이월드가 탄생하고 이후 네이버 카페,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이제 오프라인 여행의 시대는 끝났다”고 언론은 떠들었지만 여행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한 온라인 덕분에 여행문화가 달라졌다.
뉴트로(newtro)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풍’(retro)의 혼성어로 2019년 트렌드 키워드에 선정되었을 만큼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큰 관심을 끈 현상이었다.
뉴트로 현상으로 인해 재미있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가이드가 쳐든 깃발을 따라 패키지 여행을 즐기던 3,40대는 이제 5,60대가 되어 삼삼오오 혹은 홀로 오지탐험과 한달살기에 빠져들었고, 청소년들은 방학이면 배낭을 메고 ‘걸어서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혼자서 항공권을 구입하고 외국에 드나들 수 있는
온라인 예약문화는 메타버스처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수시로 오가는 ‘디지털-아날로그’ 혼합 문화를 발전시켰다. 디지털 문명이 아날로그의 역습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 중심에 청소년이 있다.
요즘 애들은 누구인가? 주변의 친한 중년들을 비롯해서 난다긴다하는 청소년 전문가들에게 물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음을 알았다.
요즘 애들은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라서 일찍이 부모의 재산을 축내고, 오직 소비에 열을 올리며 저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는 세대이고, 공부 잘하는 영재들은 꿈과 일의 의미보다 돈을 좋아해서 무조건 의대로 몰려가며, 뭐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히치코모리가 되어 은둔하면서 컴퓨터 게임이 몰두한다는 것이다.
또한 애들은 멀티태스킹의 전문가로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PC 등에 매달려서 1시간 동안 약 27번을 사용하고, 하루종일 다양한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소셜미디어와 게임, 블로그, 인스타그람, 이메일을 이용하며, 일과 중 평균 95%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또한 그들은 오픈런을 반복하며 부지런히 맛집을 찾고 여행을 다닌다.
이와 같은 ‘따라하기’의 문화현상은 유독 한국에서 만연하고 있다. 남들이 좋아요를 누른 장소에 기를 쓰고 찾아가는 행위는 한국인의 빈곤한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아이들은 디지털 문화의 인스타에 댓글과 평가를 올리기 위해 역으로 아날로그의 공간으로 몰려간다. 하긴 애들만 그런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잘난 중노년 동창들과 함께 다니다 보면 영락없이 ‘검색문화’의 덫에 걸린다. 영화관이나 카페, 음식점은 물론이고 계절 맞춤 셔츠 하나 구입하고자 해도 인터넷 창의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따라가보면 역시나 줄을 서야 한다.
댓글에 ‘좋아요’가 도배질 된 맛집은 기본 1시간을 대기 줄에 서야하고 기타 등등 지긋지긋한 기다림의 시간이 엄습한다. 샤넬 때문에 생겼다는 오픈런이 사람을 아주 잡는다.
죽을 때까지 디지털 문명의 생경함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사나 죽으나 갑자기 인생이 무서워진다. 특히 농경사회에서 자라고 결혼해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며 정착해 온 습성을 지닌 5,60대 중노년에게 디지털 문명의 울럼증은 불치병이나 다름이 없다. 아이들을 잘 만날 수 있는 길은 오직 디지털의 길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답답한 가슴은 달랠 길이 없다.
인터넷과 제3세계
1999년에 필자는 한 공중파 TV의 교육프로그램에 약 2년간 고정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 “20년 후 학교는 존재할까?”라는 주제에서 나를 빼고는 모든 출연진이 ‘없어진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로 가상공간에서 배우기 때문에 학교는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문명이 발달할수록 아날로그 방식의 학교운영은 더욱 중시되었다. 돌봄과 교육복지, 보건교육은 학교의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였다.
교사의 ‘히든 커리큐럼’은 국가교육과정만큼이나 새로운 시선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사의 지위와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전문대학원이 모색되고 있다.
아날로그의 근대정치에서 쫓겨난 정약용은 18년 강진유배에서 실학의 정치사상을 완성하였다. 유배길이 디지털 조정으로 바뀌어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놀라운 지식의 세계를 선보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실화를 통해 디지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각화 할 수도 있으며, 청소년의 정보 필터링 능력에 신뢰를 보낼 수도 있다. 성인들보다 청소년이 디지털의 세계에 능숙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해도 걱정은 줄어들 수 있다. 신뢰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힘이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불편한 사랑은 인터넷과 제3세계의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성과 사랑의 영역에서 인터넷은 제2의 성을 말한 작가 보봐리의 틀을 뛰어넘어 제3의 성혁명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이후 독일과 미국에서 온라인 데이트 앱이 성행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무차별적으로 등장하는 섹스 사이트에 노출되었지만 이후 체계적인 정보교육과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 자정능력을 키웠다.
그러나 부정적인 인터넷 문화는 제3세계라고 일컫는 후진국으로 건너가서 섹스 산업의 매개체가 되었고, 그 피해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 등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스템이 없는 후진국일수록 인터넷 산업의 먹잇감이 되었다.
세계화된 사랑과 세계화된 성은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에 종속되었다. 일본 같은 선진국도 사이버 섹스시장이 골목까지 번져갔고, 한국에서의 디지털 성폭력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는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억 명은 부유한 국가에 80억 명은 가난한 나라에 살게될 것이다. 일부의 부유한 나라와 문화선진국은 인터넷 자정 능력을 통해 생활의 안정감을 누리게 되는 반면 다수의 가난한 나라와 문화후진국의 국민은 여전히 인터넷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양성화를 원하고 있다. 예컨대 청소년보호법 제2조에 기반하여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선정성을 차단하고 일정한 시간제한을 도입하는 ‘셧다운제’를 실시 할 수 있다. 인터넷 게임 위험지수가 높은 한국에서 국회는 문화부와 교육부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살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미래에 인터넷의 제3세계 영역에 속할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 인터넷 문명의 발전은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하는 아날로그 문명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랑이 긍정적이고 성인들의 바람직한 성문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더욱 정의로워져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협력과 조화는 언제든 절실한 문제다.
♣ 글 싣는 순서(총 10회- 1주 혹은 2주 간 1회)
▲성교육 그 들판에 피는 꽃 ▲성과 사랑의 탄생 ▲기독교와 이슬람의 성과 사랑 ▲현대의 해방된 사랑 ▲인터넷 제3세계의 사랑 ▲미국의 모순된 사랑 ▲아시아의 관능적 사랑 ▲대중매체 그리고 데이트 폭력 ▲식민주의의 잔재 성매매 ▲성은 왜 사회적 문제인가 <주차의 주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글쓴이 김대유 교육학 박사는 20년 이상 현장 교사로 일하고 현재 서영대학교 외래교수, 한국건강과성연구소 소장, 한국보건교육학회 및 대한교육법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전문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UN아동권리협약 옴부즈 위원 등 많은 중책을 맡아 활동해왔다. 「행복한 삶의 온도」, 「동료효과」 「보건교육의 인문학적 성찰」 등 14권의 저서를 출판했고, KBS 아침마당 ‘청소년 교육’ 등 언론에 다수 출연하는 등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 / 교육학박사 edpl@edpl.co.kr 기자의 다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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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다양한 관점에서 성과 사랑 칼럼을 쓰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답글 작성